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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 인생 주절주절/서른되면 달라지나요

#1. 기쁠 땐 그 마음을 조금 아껴두기로 해요.

 아주 작은 공간의 내 마음, 그 마음에 파도가 치면 걷잡을 수 없이 쌓아 올린 것들이 무너져 내린다. 모든 파도와 바람과 어떤 거친 것들로부터 날 보호하기로 한다.

 

 

 

 예전에 그러니까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나 스스로 다짐한 적이 있다. 기분을 아껴두며 살자고.

 나에겐 내 기분의 적정 기준이 있다. 그 기준보다 올라가거나 내려오면 나는 바삐 그 기분을 끌어올리거나 내려 다시 제자리로 돌려두려고 하였다. 그래야만 들뜬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오는 공허함이 적고, 그래야만 우울한 기분을 쉬이 받아들일 수가 있다. 그래서 당장 드는 기분이 어떤 마음이건 간에 늘 조금씩 아껴두며 살기로 마음먹고 살아왔다.

 

 그런 나를 밖으로 끄집어낸 사람이었다. 이유 없이 종종 찾아오는 나의 우울함에 빠져 가라앉고 있을 때 나에게 산책을 하자고 말한 사람이다. 이런 우울에는 보통 이유가 없다.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면 나조차 설명하지 못하는 기분이다. 그런 너는 나의 기분이 왜 안 좋은지 물어보지 않았고, 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애써 농담하지도 않았으며, 그저 산책하자고 했다. 바람이 선선한 저녁 너와 함께 걸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내 마음은 들떠있었고, 너의 웃음은 이 들뜬 마음을 충분히 즐겨도 괜찮아 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나의 다짐을 잊은 채 지냈다. 현재 주어진 기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즐거웠다.

 

 이젠 네가 없는 지금 나는 다시 나의 기준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네가 바꾼 내 모습은 나 혼자서는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내 마음에 안정을 주는 네가 옆에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젠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을 적당한 기준에 나의 기분들을 다시 맞춰두려고 한다. 기쁠 땐 기쁜 마음을 조금 아껴두기로 한다. 슬플 땐 나의 슬픔들이 넘어가지 못하도록 높은 담을 쌓아 가둬두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