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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씨 인생 주절주절/서른되면 달라지나요

#2. 별은 오래보아야 한다.

 

 

 

# 어두운 밤

어두운 밤, 예를 들면 한적한 시골의 가로등 몇 개만으로 좁은 골목길을 비추는 그런 밤에 밤하늘을 본 적이 있는가.
큰 노력없이 고개만 들어 하늘을 보면 밤 하늘 가득 채운 별들을 볼 수 있다. 살면서 몇 번 없는 경험에서 그런 별들을 보았다면 그 때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가평의 계곡 옆 붙어있는 한적한 펜션에서 보았던 밤 하늘이 그랬고, 아주 어릴 적 외할머니 댁으로 찾아간 인적드문 섬마을에서의 밤 하늘이 그랬다. 그 날의 하루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쏟아지려는 별들을 붙잡고 있는 어두운 밤하늘을 아주 인상깊게 보았던 기억만은 뚜렷하다.

# 밝은 밤

 


어쩌면 우리는 그런 인상깊은 밤 하늘 보다 오히려 평범하게도 밝은 밤 하늘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늘 밤 하늘을 보았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런 밝은 밤을...
도시를 밝히는 많은 네온사인과 가로등 불 빛, 거리를 가득메운 자동차 불 빛 그리고 빌딩 숲의 꺼지지않는 치열한 불 빛... 어쩌면 그저 달이 밝아서 일수도 있는 그런 밝은 어둠의 하늘말이다.
혹시 그 하늘의 별을 본 적이 있는가. 그런 날에는 유난히 밝은 하나의 별이 보일 것이다. (아마도 금성이였을 것이다.)
처음엔 별이 하나 밖에 안보일 것이지만, 가만히 오랜시간 그 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내 주변에 다른 별들이 하나 둘씩 희미하게 빛나는 걸 볼 수 있다. 안보이던 주변의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신기한 마음에 계속해서 찾아보게 된다.

# 어쩌면 일상

우리의 일상도 비슷하다. 낯선 장소에 처음 가게되면 눈에 띄는 몇 곳만 기억에 남을 것이다. 좁은 시야로 인해 주변의 자그마한 것들까지 하나하나 관심을 주지못한다. 하지만 차분하게 시간을 들여 둘러본다면 주변의 인상깊은 곳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장소뿐 아니라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낯선 상황들도 마찬가지이다. 낯선 상황에 갑자기 놓이게 되면 당황스러움과 걱정근심으로 인해 주변의 작은 것들까지 볼 수가 없다. 역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어쩌면 우리의 일상은 별이 없는 밤들로 채워져 있는지도 모른다. 밝은 날 제일 반짝이는 별 하나만 잠깐 보며 '별이 없네' 라고 말하는 그런 일상, 그런 밤.

# 하지만 우린

하지만 우린 그런 밤이 아니였으면 한다. 하나의 별만 보고 결정되는 우리가 아닌, 천천히 시간을 들여 주변의 별들까지도 하나 둘씩 보여지길 바란다. 나의 별들이 평범하게 그지 없는 밝은 밤에 숨어 있더라도 그렇게 나의 별들을 들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