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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모든 Review

[영화추천]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 - 영화 <더 테이블>

 

 

 

 

 

# 기본 정보


김종관 감독의 영화 <더 테이블>은 2017년 8월 24일 개봉하였다. 아직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김종관 감독은 주로 단편이나 영화제 출품작들이 주된 경력이다.

 

영화 <더 테이블>은 발표 당시 상영관도 많지 않고 이렇다 할 수상 이력도 없지만, 의외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영화이다. 너무 커버린 영화 시장에서 공장에서 똑같이 찍어내는 소설 같은 영화가 아닌 감성적인 연출과 분위기, 그리고 배우의 섬세한 감정 연기를 기본으로 하는 에세이 같은 영화이다.

 

 

'김종관 감독의 다른 작품' - 영화 <최악의 하루>

 

 

영화는 하나의 카페의 하나의 테이블에서 마주 앉은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서만 이뤄졌다. 영화를 구성하는 장치들은 이렇게 단출하지만 그 자리에 앉은 두 사람이 들려주는 대화는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긴 인생 혹은 사연의 이야기를 컵에 가득 따라진 음료가 식을 동안 잠깐의 시간을 통해 들려준다.

 

 

 

 

# 시간과 음료로 전달하는 사랑의 모습들


1. 오전 열한시 에스프레소와 맥주

 

스타가 되어버린 여자와 자신의 가십거리를 채우기 위한 남자의 모습이다. 남자는 오랜만에 만난 옛 연인을 그저 자신의 가십을 채우기 위한 한 명의 스타로 대한다. "사진 한 장만 같이 찌어도 될까?", "찌라시에... 모 회장 와이프에게 네가..." 등의 말을 서슴없이 하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왜 너를 좋아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오전이 채 가지 않고 배고픔이 찾아올 만한 오전 열한 시에 만나 변해버린 너무도 별로인 모습을 보여주는 남자 때문에 기분이 언짢은 마음을 대변하는 에스프레소와 그에 상반되는 가벼운 맥주 한잔은 그 들의 온도차를 보여주기에 딱 어울린다.

 

2. 오후 두 시 반 두 잔의 커피와 초콜릿 무스케이크

 

어쩌다 하룻밤을 함께 하게 된 두 남녀가 다시 재회를 하였다. 남자는 불쑥 긴 여행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여자에게 연락을 한 듯하다. 여행 기간 내내 연락 한 번 없던 남자에게 여자는 많이 서운해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여행 내내 좋은 것들을 보면 생각났다면서 이것저것 선물을 준비해 온 남자를 보며 금세 기분이 풀린 듯하다. 아직은 서로 잘 모르고 많은 대화가 필요해 보이는 그들이지만, 나른한 오후 두 시 반의 시간에 만나 따뜻한 커피에 곁들일 달콤한 초콜릿 무스케이크만 봐도 앞으로 펼쳐질 그들의 잔잔한 사랑이야기가 예상된다.

 

3. 오후 다섯 시 두 잔의 따뜻한 라떼

 

결혼사기를 위해 만난 가짜 모녀의 이야기이다. 가짜 부모님, 가짜 하객, 가짜 인생을 이야기하기 위해 가짜 모녀가 만나 스케줄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자기의 인생은 가짜로 보여주지만 결혼만큼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만큼은 이번엔 진심이라고 한다. 좋아서 한다고 한다.

둘 다 거짓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두 사람의 대화와 그 안에 담긴 마음만은 어느 것보다 진실되고 애틋한 마음이 전해진다. 그 들 앞에 놓인 따뜻하고 적당히 달달한 라떼처럼...

 

4. 저녁 아홉 시 식어버린 커피와 남겨진 홍차

 

결혼을 앞둔 여자와 옛 연인이었던 남자가 다시 재회를 하였다.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으면 아직 서로에게 호감 비슷한 미련이 남아있어 보인다. 그런 여자는 남자에게 결혼하지 말까 하며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만, 남자는 여자와 같은 자신의 마음을 뒤로한 채 현실을 받아들인다.

"왜 마음 가는 길이랑 사람 가는 길이 달라지는 건지 모르겠어"라는 한 마디의 대사만으로도 이 둘 앞에 놓인 다음 장면들이 눈에 그려진다. 언젠간 뜨거웠지만 지금은 차갑게 식어버린 음료처럼 그들의 마음 또한 천천히 식어가게 될 것임을...

 

영화는 이렇게 시간과 음료를 통해 그들이 겪었던, 겪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일들은 은연중에 암시하는 듯하다.

 

 

 

 

 

 

# 촬영지


영화 촬영 장소로 나오는 카페는 서촌에 위치한 한 꽃집이었다고 한다. 당시 플로리스트의 작업실로 사용되던 공간을 플라워 카페처럼 꾸며 촬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는 문을 닫고 찾아가도 그 공간을 만날 수 없다고 한다. 

 

 

그럼 이만, 김씨살다 '김씨'의 영화리뷰였습니다. 무겁지 않고 가볍게 볼 만한 영화로 추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