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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날씨가 풀리고 완연한 봄기운이 돋아나면 생각나는 책이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출간하는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다. 2010년 첫 출간을 시작하여 현재 11회를 맞이하고 있는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문학동네에서 위촉한 심사위원회에서 일곱 편의 문학작품들을 선정하고 수상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들뜬 마음에 서점에 들러 구매하였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2016년부터이다. 소설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던 찰나에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처음엔 순전히 중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어서 편하게 읽히겠다는 생각으로 구매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해마다 찾게 되는 내 위시리스트가 되어버렸다.
젊은 작가상에서 말하는 '젊은'이란 기준은 등단 십 년 이하의 작가들을 말한다. 흔히 젊음이란 표현은 나이를 두고 표현한다.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젊은 사람이...' 등의 표현들이 대게 그러하다. 하지만 문학의 세계에서는 젊음을 구분 짓는 기준이 다소 달라 보인다. 등단 이전에 아주 긴 시간을 들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작가들도 있을 것이다. 작가 저마다의 등단 이전의 시간이 다를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난 현재의 시간이, 나이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그저 등단 이후 작가로서의 삶만을 이야기하듯이 나이에 상관없이 등단 십 년 이하는 '젊은 작가'가 된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늦은 나이라고, 이젠 흘러간 청춘이라고 생각했던 내 모습들이 왠지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게 된다.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2020년을 기점으로 11회를 맞이하는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의 이번 대상은 '강화길 작가의 음복(飮福)'이란 작품이다.
음복이란 제사를 지내고 난 뒤 제사에 쓴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는 하룻밤의 제삿날의 풍경을 그린 가족 이야기이다. 베트남 참전을 다녀왔다는 시아버지의 제사를 드리기 위해 시어머니 집으로 모인 가족들의 모습을 그렸다. 어딘가 모르게 날 선 분위기와 묘한 감정선들이 읽는 내내 긴장을 유지한다.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겁지만 단순하고도 분명하게 전달되는 듯하다. 가족 구성원 내 아무것도 모르지만 보호받는 남성 인물들과 그에 비해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남성들을 이해하길 종용받는 여성 인물들이 있다. '무지'라는 권력을 집행하는 남성과 그 테두리 안에서 집행자들을 특권을 유지해주는 여성의 모습을 통해 젠더 분배를 통한 성 정치를 보여준다.
그 외 작품들도 각자의 이야기와 개성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수록된 총 일곱 편의 작품들은 저마다 우리가 살아오고 있는 시대를 반영하고 있으며, 각기 다른 일곱 개의 세상을 보여준다. 많은 독자들이 함께 읽고 느끼며 공감하길 바란다.
여성의 삶을 성찰하는 '최은영 작가의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소설을 통해 커밍아웃한 퀴어의 모습을 닮아낸 '김봉곤 작가의 그런 생활'
낙태와 임신 중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이현석 작가의 다른 세계에서도'
장애와 편견, 보편적이지 않은 삶을 담은 '김초엽 작가의 인지 공간'
도로 연수를 하며 떠오른 엄마, 비혼, 삶의 연습을 녹여낸 '장류진 작가의 연수'
가까운 이들을 경계 밖으로 몰아 객이 되어 환대받는 '장희원 작가의 우리의 환대'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상의 취지에 따라 출간 후 1년 동안은 특별 보급가인 5,500원에 판매한다. 1년 이후에는 책의 적정가인 12,000원에 판매되기 때문에 이 책을 읽어보길 희망하시는 분들은 지금 구매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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