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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배우라는 분은 SNS를 통해 이미 한 번쯤은 접해보았을 작가일 것이다. 처음엔 SNS에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위로의 말들을 쓰기 시작하던 것이 사람들 사이에서 이슈가 되었다.
그의 첫 번째 저서는 <걱정하지 마라>라는 책으로 기존의 책들과는 다르게 SNS의 짤막한 글귀들을 엮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내가 이번에 처음 접한 글배우의 책은 <이미 어쩔 수 없는 힘듦이 내게 찾아왔다면> 이란 책이다.
혼자 있는 시간이면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책을 읽으면 책 속의 내용에 빠져 내가 있는 시간을 속일 수가 있다. 그래서 주로 소설을 읽었다. 소설만큼 책 속의 다른 곳에 들어가기 좋은 장르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설이, 그저 생각 없이 나를 놓아줄 수 있는 그 소설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지금 나의 시간에서 도망가고자 했던 소설 속의 세상이 그것조차 벅차게 다가왔다.
얕은 독서 이력 사이에 처음에 에세이를 구매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모두 각자가 사는 삶이 다르다. 100명의 사람이 있으면 100개의 인생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 힘들거나 고민하거나 하는 문제는 100개를 넘어 셀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그런 어렵고도 복잡한 인생을 자신의 경험과 몇 마디 말을 통해 모두 다 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에세이가 별로였다.
하지만 소설의 대안으로 선택한 에세이는 큰 위로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이미 어쩔 수 없는 힘듦이 내게 찾아왔다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고 작가는 어떻게 했을까. 어떤 생각으로 그 힘든 시절을 지나쳐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줄 수 있는 만큼만 줘도 남게 될 관계는 남게 되고
많은 것을 줘도 떠날 관계는 떠나게 됩니다.
사실 이 책에 있는 내용들은 어쩌면 우리가 한 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이고,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그럼에도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것은 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내가 미쳐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앞에 놓인 현실만을 보았고 그것을 짊어지기 벅차 피해왔으며 그저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는 알고 있는 이 위로의 말들과 내용들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여유가 없다. 그런 나에게 나를 대신해 이 책은 위로를 전해주었다.
어쩌면 이런 이유들로 많은 사람들이 에세이를 찾아 읽으며, 글배우 작가의 글을 찾아 읽는지도 모르겠다. 하루 밤에 다 읽을 만큼 짧은 책이었지만, 자주 손이 닳을 수 있는 곁에 두고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이 복잡해지는 날이면 아무 페이지나 손길 닿는 대로 펼쳐 보아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바람이 결국 지나가듯이
나를 찾아온 괴로운 바람도 지나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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