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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추천] 진실을 태우다 - 영화 버닝(Burning) 리뷰, 해석, 결말

 

# 영화 "버닝"과 이창동 감독


영화 "버닝"은 2018년 5월 17일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작품이다. 이창동 감독의 대표작으로는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밀양', '싱글라이더' 등이 있다. 이처럼 이창동 감독은 그동안 [드라마]라는 장르의 영화를 주로 다뤄왔다. 시대상과 문화상, 가족상, 성장기 등의 이야기들을 충분히 현실감 있게 반영하면서 그 이야기들을 정서적인 스토리로 풀어냈다는 말이다.

 

그런 이창동 감독이 발표한 영화 "버닝"은 특이하게도 [미스터리] 라는 장르로 분류되었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듯이 괴담이나 수수께끼와 같이 기이한 일들에 대해 풀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영화 "버닝"은 어떤 스토리와 내적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미스터리라는 장르로 분류되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 영화는 개봉 이후 꽤나 많은 수상이력을 가지고 있다. 71회 칸 영화제 기술상과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비롯하여 총 21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국내 작품들이 대다수 그렇듯이 작품성과 흥행은 별개의 문제인 듯하며, 이를 대변하듯 낮은 평점(관람객 7.81 / 기자, 평론가 7.69)을 기록하였다.

 

 

 

# 주요 내용


이 글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주의※

 

소설을 준비 중이며 아직 등단을 하지 못해 스스로를 작가라고 칭하지 못하는 아르바이트생 종수(유아인)와 어릴 적 같은 동네에서 자랐던 해미(전종서)가 우연히 재회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어릴 적 추억 때문인지 서로에게 금방 호감을 가지게 되고 종수와 해미는 서로에게 이끌리듯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종수는 해미를 자신의 연인이라 생각하지만 해미는 어떤지 모르겠다. 자신의 꿈이라는 아프리카 여행을 떠난 해미는 돌아오며 아프리카에서 만난 벤(스티븐 연)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자를 종수에게 소개해주며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후 세명의 주인공 사이에 펼쳐지는 복잡한 기류와 자칫 사소해 보이는 일상 속에서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하루들로 영화는 채워진다.

 

 

# 관전 포인트


1.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흔치 않다.

 

미스터리라는 장르는 이 영화 포스터에 어울리지도 않을뿐더러 흔치 않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정말 미스터리한 영화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영화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또는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메타포를 계속해서 던져준다. 그 메타포들로 인해 '아~ 이런 영화구나~'라고 하는 순간 어느샌가 또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단서들과 그것의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또 다른 단서에 놓이게 되다 보면 어느새 영화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

 

끝까지 미스터리만 남기는 감독의 철저한 의도 덕분에 영화가 끝나자마자 많은 리뷰들을 찾아보았고, 역시 많고도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모든 리뷰가 모두 말이 되는 듯한 해석이었다.

 

 

2. 등장인물 종수(유아인)의 심리 표현


극 중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종수는 영화 내내 말 수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유아인의 눈빛과 표정 연기들로 극 중 종수가 느낄 심리를 섬세하게 잘 그려내었다. 말이 아닌 다른 표현들로도 충분한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3. 음악감독 모그(Mowg)

 

이 영화의 음악감독은 모그(Mowg)라는 분이다. 사실 총괄 디렉터 외 음악감독을 찾아본 것은 이례적으로 처음이다. 이 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범죄도시, 더 킹, 완벽한 타인 등 정말 많은 영화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을 하셨다.

 
음악감독이 누군지 궁금해서 찾아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가 끝나고 딱히 특정하게 기억에 남는 OST나 BGM은 없다. 하지만 영화 내내 종수의 감정과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긴장감을 유지하게 만든 베이스 기타 음만은 확실하게 기억에 남는다.

종수의 적은 말 수, 섬세한 감정표현의 팽팽한 긴장을 더 조여오기라도 하듯 낮게 깔리는 베이스 음은 영화를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 리뷰


지금부터는 철저하게 제 개인적은 견해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 종수는 시종일관 끝없는 불안의 존재로 표현된다. 이런 불안이 어디에서 오는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는 없다. 단지 관객들을 내내 혼란스럽게 하는 많은 메타포만 존재할 뿐이다. 예를 들면 '해미의 고양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돈 때문에 오랜만에 연락 온 엄마에게 배신감보다는 해미의 집에 우물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궁금중', '벤이 종수 집 근처의 비닐하우스를 진짜로 태웠는지' 등이 있다.

 

이렇게 끝없는 질문의 연속은 종수에게도 그리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영화 제목인 버닝(Burning)처럼 무엇을 태우고 싶어 했는지 혹은 무엇이 타는지 영화 속 장면을 통해 유추해 볼 수만 있을 뿐이다.

 

1. 부유함과 가난에 대한 분노

 

종수의 아버지는 중동에서 큰돈을 벌어왔지만 본인의 의지로 시골에 소를 키우러 들어갔고, 현재는 힘겹게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에 반해 아프리카에서 해미와 함께 돌아온 벤은 특정한 직업은 없어 보이지만 부유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종수의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벤에게 직업에 대해 물어보지만 벤은 노는 것이라고 대답하고, 해미에게도 벤이 뭐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저렇게 젊은 나이에 돈이 많을까 하는 등의 이야기를 하며 벤에게 적대심을 드러낸다.

이런 모습을 통해 놀고먹으면서 부유한 벤과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을 쓰는 가난한 자신의 모습에서 오는 괴리를 통해 종수는 분노의 감정을 태우고 있지 않을까.

 

 

2. 결핍과 집착에 대한 해소

 

자신의 고양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으로 아프리카 여행 동안 해미의 집을 오고 가는 종수.

종수는 북향인 그 집에 잠시 동안 한 줄기 빛이 들어오게 해주는 남산타워를 보며 자위를 한다. 마치 종수에게 해미는 한 줄기 빛인 것처럼 자위를 통해 자신의 결핍을 해소하고자 한다. 하지만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아주 잠시 뿐인 그 빛처럼 종수는 해소하지 못한 부족을 껴 안은채 해미에게 더욱 집착하게 된다.

영화 중반부에 종수는 자신을 결핍을 채워주지 못하는 해미를 향해 창녀라며 오히려 욕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스스로를 태워내는 모습은 아닐까 생각한다.

 

 

# 결말 해석



영화의 결말은 생각보다 허무한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종수는 벤을 자신이 사는 시골로 불러내 벤을 칼로 찌르고 그의 차와 자신의 옷을 함께 불로 태우고 영화는 끝이 난다. 벤이 해미를 죽였는지 아닌지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임에도 이와 같은 살인이라는 행동을 옮긴다. 종수의 이런 행동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는 종수와 해미의 재회 날, 해미는 팬터마임을 보여주며 종수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없는걸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없다는 걸 잊어버리는 거야."

이 대사를 종수의 입장에 입혀보면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종수는 해미가 살해당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살해당하지 않았다는 걸 잊어버리는 거야.' 거꾸로 말해 해미는 살해당했다고 믿는 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종수는 아버지가 떠나고 난 파주의 집에서 금고 안 여러 자루의 칼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종수는 아버지의 모습과도 닮아있을 수 있다. 영화에서 몇 번 반복해서 나오는 '아버지는 자존심만 쎄다고 자존심은 1등이었다고' 하는 대사가 있다.

어쩌면 해미가 죽었든 죽지 않았든 종수에게는 상관없었을지도 모른다. 그저 자신이 좋아했던 해미를 벤에게 빼앗겼다는 열등감이 종수에게 증오와 분노를 주었고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벤을 살해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옷을 전부 벗어 벤과 함께 태움으로써 자기의 자존심을 짓밟았던 벤에 대한 기억들도 함께 자기 인생에서 아예 처음부터 없었던 거처럼 사라지게 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그럼 지금까지, 김씨살다 '김씨'의 영화 리뷰였습니다.